입력 2024.05.16 14:50
업데이트 2024.05.16 15:08
- 의료계, 명상 통해 현대인의 질병 우울증 등에 ‘약물 없이’ 건강할 대안으로 성과
-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뇌 혈류량 증가 등 뇌의 실제적인 변화 연구
지난 12일 방영된 SBS 스페셜 다큐 '내마음 설명서'에서는 명상을 뇌과학 측면에서 조명했다. 사진 SBS 공식채널 스브스나우 갈무리.
명상을 한 마디로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불안과 잡념 없이 지금, 이 순간 현재에 머무는 데 어려움을 겪을까? 과거와 현재를 방황하는 우리 뇌를 현재에 깨어있게 할 수 있는 명상의 원리를 밝힌다.
지난 12일 방영된 SBS 스페셜 다큐 ‘내마음 설명서’에서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는 “우리 뇌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쉴 때인 ‘디폴트모드 네트워크(기본 모드 신경망)’ 상태에서 온갖 잡념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막을 수 없다”라고 했다.
KAIST 명상과학연구소 김완두 소장은 “우리 의식이 과거와 미래를 끊임없이 오가는 것이지 현재에 깨어있기가 쉽지 않다. 이게 자동화되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잠들지 않고 있어도 의식이 방황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 뇌는 과제를 하지 않고 쉬는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에서도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를 방황하며 온갖 잡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자동화되어 있다.. 사진 SBS 스페셜다큐 방송 갈무리.
우리 뇌에서 디폴트모드 네트워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컴퓨터에 수많은 작업창을 띄운 채 작동하다 버퍼링이 걸리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며, 불안과 걱정, 탈진을 야기하게 된다.
옥스퍼드대학교 임상심리학과 월럼 카이렌 교수는 “뇌 속의 이 자동조종장치가 자신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는 습관, 정말 해결해야 할 문제는 회피하는 습관처럼 우리에게 도움 되지 않는 습관에 빠지게 한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완두 소장은 “명상은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자동모드를 벗어나 수동으로 끄고 자기가 의도를 가지고 의식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라고 밝혔다. 명상을 의료에 접목하는 매사추세츠대학 의과대학 존 카밧진 명예교수는 이를 계속 도망가는 의식을 잡아 오는 ‘정신 길들이기’라 정의했다.
동국대 의대 신경해부학과 문일수 교수는 명상이 뇌의 전전두엽을 활성화하여 디폴트모드 네트워크 신경망을 줄어들게 하는 효과를 설명했다. 사진 SBS스페셜다큐 방송 갈무리.
뇌과학 측면에서는 동국대 의과대학 신경해부학과 문일수 교수가 “명상을 하면 뇌의 앞쪽 전전두엽에 활성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확실하다. 즉,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신경망은 확실하게 줄어든다”라고 원리를 밝혔다.
전전두엽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며 앞으로 다가올 공포나 불안감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뇌 부위이다.
무엇보다 명상은 마음의 관리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명상과 의학을 접목해 치료 효과를 거두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전했다.
특히, 현대인의 질병으로 불리는 우울증을 비롯해 만성통증 등에 명상을 접목한 실제 임상 결과들이 소개되었다. 명상이 현대인이 진통제, 항우울제 등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 대안으로서 부상한 것이다.
명상을 의료에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얻은 매사추세츠대학교 의과대학 존 카밧진 명예교수. 사진 SBS스페셜다큐 방송 갈무리.
매사추세츠 의과대학 존 카밧진 교수는 한국 숭산스님에게 전수받은 불교 명상을 의료에 활용하여 만성통증 환자를 위해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프로그램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을 개발했다.
카밧진 교수는 “의료진들 모두 명상이 환자에게 15~20%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는 우울증 치료제만큼이나 불안을 감소시켜주는 효과”라고 강조하고 “의약품이었다면 전 세계 언론 1면에 보도될 뉴스”라고 강조했다. 현재 하버드와 듀크, 스탠포드 등 미국 의과대학 수십 곳을 비롯해 전 세계 700여 의료기관에서 MBSR을 활용하고 있다.
옥스퍼드대학 임상심리학과 월럼 카이렌 교수가 뇌의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진 SBS 스페셜 다큐 방송 갈무리.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는 MBSR를 변형 발전시킨 MBCT치료법을 개발해 만성우울증 환자들을 치료한다. 월럼 카이렌 교수(옥스퍼드 대학 임상심리학과)는 “전 세계 수억 명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항우울제를 복용한다. 명상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라며 명상의 의학적 활용성과를 시사했다.
이날 다큐멘터리에서는 명상을 하는 동안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 사례를 알기 쉽게 소개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반려동물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트라우마를 겪는 연민과 피로로 인해 미국 내 모든 직업군 중 자살률 최고를 나타내는 수의사들의 명상, 호흡명상을 통해 출산의 진통을 관리하는 자연분만에 도전한 우리나라 부부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옥스퍼드대학 데니스 노블 명예교수(국제생리학연망 세계회장의장역임)는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의 농도 수치를 낮추는 호흡명상의 명확한 생리학적 관련성, 명상을 오래 한 사람들의 뇌 여러 영역에서 나타나는 뇌 혈류량 증가 최신 연구결과를 밝혔다.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옥스퍼드대학 데니스 노블 명예교수. 사진 SBS스페셜 다큐 방송 갈무리.
경북대 정신건강의학과 원승희 교수(명상의학회 부회장)는 “대부분 스트레스 속에 산다. 스트레스라는 큰 구덩이에 빠져 있으면 계속 교감신경계가 항진되는데 명상훈련을 하면 부교감 신경계가 항진되면서 교감신경계가 안정을 찾기 때문에 우리가 스트레스에서 회복단계를 거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19일 11시 5분에는 SBS스페셜 다큐멘터리 “20분의 기적, 내마음설명서” 2부 ‘명상, 뇌과학을 만나다’가 방영된다. 2부에서 보다 본격적으로 명상과 과학적 연구 성과를 조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부에서는 교육 분야를 집중 조명할 것으로 예고되었다. 대한민국 교육 중심지 강남 8학군과 혁신의 중심지 워싱턴 초등학교 등에서도 명상수업을 도입한 사례를 비롯해 집중력과 인지력, 창의력까지 높이는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연구가 소개될 예정이다.
강나리 기자 heonjukk@naver.com
출처 : K스피릿(http://www.ikoreanspir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