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05.21 17:54
업데이트 2024.05.21 17:56
- 국내외 교육에 도입되는 명상, 정신의 근육을 키운다
- 특별한 창의성의 순간 ‘아하 모멘트’를 끌어내는 몰입과 이완은 명상의 순간
- 명상초보자를 위한 꿀팁과 MZ들의 새로운 명상법 소개
세계적인 석학 유발 하라리는 창작의 원동력으로 명상을 꼽았다. 사진 SBS 스페셜 다큐 방송 갈무리.
“명상은 집중하고 싶으면 집중하고, 일하고 싶으면 일을 하도록 내 뇌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도록 하는 훈련, 나의 마음을 내 것으로 길들이는 훈련입니다.”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KAIST 뇌인지과학과)는 지난 19일 방영된 SBS스페셜다큐 “내마음 설명서-2부 숨 쉬면 ‘뇌’가 변한다”에서 명상과 뇌의 변화, 상관관계를 이야기했다.
인공지능이 휴대전화 안까지 들어오고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며 삶의 전반에 파고든 시대를 맞았다.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보다 창의적 인간을 요구하는 시대, 명상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교육열기로 유명한 강남8학군을 비롯해 국내외 학교에도 명상이 도입되고 있다. 사진 SBS스페셜다큐 방송 갈무리.
이날 다큐에서는 국내외 교육계에 도입되는 명상 수업과 몰입과 이완 실험 등을 다루며, 명상이 뇌에 가져오는 변화, 특히 창의력과 집중력, 그리고 회복탄력성에 주목했다. 아울러 사례와 뇌과학 실험 등을 통해 명상과 뇌 신경회로의 변화를 전했다.
치열한 성적경쟁으로 유명한 강남8학군. 우려와 편견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신념으로 명상을 도입한 이명학 교장은 “학생들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신체적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감정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다른 일도 다 잘할 수 있다”며 “명상은 결국 다듬어지지 못한 마음을 정제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건국중학교 손은주 교감은 “학업은 결국 본인이 어떤 인생을 살 건가라는 자각에서 시작되어야 학업 성취도도 뛰어나게 되는데 정신의 근육을 키우려면 명상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DC 라파예트 초등학교에 도입된 명상과정 '평화수업'. 사진 SBS스페셜다큐 방송 갈무리.
한편, 미국 워싱턴DC 라파예트 초등학교에서는 명상을 도입한 ‘평화 수업’을 한다. 학교 총격 사건이 늘어난 미국의 교육자들은 말로 평화를 가르치기보다 명상을 통해 아이들을 평화로운 상태로 이끈 것이다.
명상은 공포나 위협으로 활성화되어 일어나는 나쁜 생각의 고리를 끊도록 이성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을 발달시킨다. 사진 SBS스페셜다큐 방송 갈무리.
명상이 감정조절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리는 뇌에 있다. 우리 뇌에서 공포나 위협을 느끼면 활성화되는 편도체가 부정적인 상황에서 더 쉽고 예민하게 작동하는데 이때 나쁜 생각의 고리를 끊도록 전전두엽의 이성 스위치를 켜는 훈련이 바로 명상이다.
현재 명상은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를 비롯해 세계적인 석학 유발 하라리, 빌 게이츠 등 성공한 월드클래스에 오른 80%가 매일 한다고 알려졌다. 사실 명상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도시인에게 더욱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에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한 차드 멩 탄. 사진 SBS스페셜다큐 방송 갈무리.
실리콘밸리에 명상프로그램을 도입한 구글의 IT공학자 차드 멩 탄은 명상의 가장 매력적인 점으로 창의력을 꼽았다. 그는 “명상을 하다 보면 무릎을 탁 치며 ‘아하!’하는 순간들이 더 자주 찾아온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아하 모멘트’를 가져오는 명상의 효과를 말했다.
정재승 교수는 “창의적 아이디어는 ‘아하 모멘트’로 향해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데 몰입과 이완, 즉 완전한 집중과 멍 때리기 두 가지 방식으로 나온다고 알려졌다”며 창의성과 명상의 관계를 이야기했다.
'몰입의 대가' 황농문 교수는 몰입‧이완 방식은 명상과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사진 SBS스페셜다큐 방송 갈무리.
‘몰입의 대가’라 불리는 황농문 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집중한 과정에 잡념이 사라지고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나만 존재하는 몰입의 순간, 잠깐 잠에 들거나 이완된 후 기적과도 같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라며 자신의 몰입‧이완 방식은 명상과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방송에서는 황농문 교수와 40년간 명상수행을 한 무애스님의 뇌파측정을 통해 몰입‧ 이완 상태와 명상 상태의 유사성을 실험했다. 그 결과 황 교수는 뇌의 앞쪽에서 일반인과 달리 알파파가 증가해 명상인의 결과와 비슷했다. 다만 세타파 증가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아 오랜 명상수행자보다 정도가 약하지만, 중간단계인 일반적인 명상가들의 뇌파 상태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위) 몰입의 대가 황농문 교수와 오랜 명상수행자 무애스님의 뇌파실험. (아래) 프랑스 한 연구소에서는 실험을 통해 선잠을 잔 사람들이 그냥 휴식을 취한 사람보다 3배 가까이 더 많은 문제를 풀었다고 밝혔다. 사진 SBS스페셜다큐 방송 갈무리.
황 교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진행했고, 많은 학생이 몰입 후 이완 상태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은 실제적인 경험을 전했다. 미국의 위대한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도 선잠을 즐기며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명상이 회복탄력성과도 매우 밀접하다. 이날 명상과 고통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명상수행자들의 뇌를 직접 촬영해 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던 리처드 데이비슨 교수(위스콘신대학교 심리학 및 정신의학과)의 실험도 소개되었다.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백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된 리처드 데이비슨 교수는 유명한 명상 수행자 뇌찰영을 통해 명상의 회복탄력성을 밝혔다. 사진 SBS스페셜다큐 방송 갈무리.
피실험자의 손목에 작은 열판을 채우고 ‘신호음이 들리면 10초 뒤 아주 뜨거운 열이 전해질 것’이라고 설명한 실험에서 명상 초보자와 오랫동안 명상을 해온 수행자의 뇌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명상 초보자는 소리만 나도 이미 열을 느낀 것처럼 반응했고, 열 자극이 사라진 후에도 고통을 느끼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반면 오랜 수행자들은 미리 불안해하지 않고 실제 고통이 오면 외면하지 않고 충분히 반응하며, 열 자극이 끝나면 고통을 느끼는 뇌 영역이 즉시 기준선으로 되돌아와 빠르게 회복했다.
리처드 데이비슨 교수의 명상 숙련가와 명상 초보자를 대항으로 한 명상과 고통의 관계 실험. 사진 SBS스페셜다큐 방송 갈무리.
리처드 데이비슨 교수는 “매일 조금씩, 여러 번 지속해서 실천하면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며 명상을 통해 마음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 꾸준함의 중요성을 전했다.
한편, 이날 다큐에서는 명상이 낯설지만 시작해 보고 싶은 초보자를 위한 일상에서의 꿀팁과 함께 소리, 춤을 비롯해 MZ들의 다양한 명상법이 소개되었다. 또한, 죽음의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암 회복 환자들과 번아웃을 겪었던 이들이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명상을 선택한 사례들이 방영되었다.
오는 5월 26일 일요일 밤 11시 5분에는 ‘3부 7주간의 마음챙김 프로젝트’를 주제로 명상 프로젝트 참가자들을 통해 명상이 주는 놀라운 변화를 전할 예정이다.
강나리 기자 heonjukk@naver.com
출처 : K스피릿(http://www.ikoreanspirit.com)